파이프를 깊게 박기 위해서는 A와 B 중 어느 쪽이 효과적일까?
누구나 A라 답할 것이다. 이유는 당연하다. 끝이 뾰족하기 때문이다. 기억의 원리도 동일하다. 상대의 뇌에 효과적으로 기억시키기 위해서는 끝이 뾰족해야 한다.
한 번에 전달하는 정보의 개수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. 뇌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.
프린스턴대 조지 밀러(George A. Miller) 교수는 ‘매직 넘버 7’이란 개념으로 우리 뇌의 처리 용량 한계를 설명했다. 밀러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개수는 7±2개라고 한다.[2] 뇌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작업기억(working memory)의 한계와 같다.
이후 진행된 미주리대 심리학과 넬슨 코완(Nelson Cowan) 교수의 후속 연구도 흥미롭다. 이 연구에 따르면 기억의 개수는 정보유형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. 예를 들어 새로운 정보인 경우에는 서너 개가 한계라는 것이다. 새로운 정보는 익숙한 정보보다 작업기억이 처리해야 할 양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.
어떤 정보유형이든지 전달하는 정보의 수가 적을수록 메시지 전달 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은 분명하다. 단, 오해는 하지 말자. 정보의 수를 적게 한다고 정보의 전체 양을 줄이라는 말이 아니다. 한 번에 처리할 양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. 여기에 도움되는 방법이 ‘chunking(덩어리 짓기)’이다.
만약 전달할 내용이 고양이, 집, 스마트폰, 장미, 휴지, 독수리, 우산, 딸기, 노트북, 코끼리, 사과, 볼펜이라고 하자. 기억시킬 정보가 총 12개나 된다. 한 번에 처리하기엔 양이 너무 많다. 이대로 전달한다면 Case Ⅰ의 끝이 무딘 파이프(B)처럼 된다. 즉, 상대의 장기기억에 파고 들어가기 어렵다.
chunking으로 한 번에 처리해야 할 기억의 개수를 줄이자. 예를 들어 생물과 무생물로 chunking하는 식으로 말이다. 생물에 대한 정보량이 많다면 이것을 또 chunking할 수 있다. 동물과 식물로 말이다. 한 번에 기억할 정보량을 줄이는 것, 이것이 효과적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인 ‘뾰족하게'이다.
[2] Miller, G. A. (1994). The magical number seven, plus or minus two: some limits on our capacity for processing information 1956. Psychological Review. |